환상통 (phantom pain)은 왜 일어나는 걸까?
세줄 요약 있음.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사람들이 팔에서, 다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일이 있다.
있지도 않은 팔에서 통증을 느끼는 이 현상을 환상통 (phantom pain)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런 환상통이 정신적인 문제로 취급되기도 했다.
신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장비가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환상통에 대해 조금씩 단서를 잡아나가고 있다.
유력한 가설을 소개하기 전에 익숙한 사례를 먼저 보자
모를 수가 없는 팔꿈치 책상에 찧었을 때의 짜릿함이다.
분명 팔꿈치를 찧었을 뿐인데 손날을 따라 새끼손가락까지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손날쪽 피부의 감각을 담당하는 자신경 (ulnar nerve)은 팔꿈치를 지나 척수로 들어간다.
자신경을 모서리에 찧었을 때 이 통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마치 손날쪽 피부가 다친 것처럼 신호가 전달된다.
그래서 팔꿈치를 찧었는데도 엄한 손날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든다.
신경이 생각보다 똑똑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신경의 멍청함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바로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느라 고생하는 좌심실의 근육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이 좌심실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은 왼팔 겨드랑이와 아래 팔의 피부 감각을 느끼는 신경과 합쳐져서 척수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심근경색이 있을 땐 신경에 혼선이 생겨, 가슴통증과 함께 왼팔 겨드랑이까지 아픈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는 통증의 형태를 구분하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렇게 실제로 아픈 곳이 아닌 다른 곳에도 발생하는 통증을 "연관 통증 (referred pain)"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어디가 아프다고 할 때 정말 그 부위가 찔리거나 찢어져서가 아닐 수도 있단 의심이 생겨난다.
실제로 팔이 다치지 않더라도 신경이 팔이 아플 때 전달하는 신호를 보내면 팔이 아프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신경은 아주 정확하게 일처리를 잘한다.)
환상통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환상통을 여전히 명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연관 통증의 극단적 형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왼쪽 : 환상통이 있는 사람 / 가운데 : 절단은 했지만 통증은 없는 사람 / 오른쪽 : 절단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
MRI로 뇌를 촬영해보면 환상통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뇌가 활성화 된다.
절단이 일어나면 뇌와 척수에서는 상황에 맞춰 적절한 신경을 다시 형성한다.
재조직화가 잘 일어나면 절단한 팔, 다리에서 오는 신호를 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재형성 과정이 완벽하게 일어나지 않게 되면, 다른 신호들로 인한 혼선이 일어난다.
이것이 절단한 팔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환상통이다.
세줄 요약
1. 원래 신경이 그렇게 똑똑한 놈이 아니라서 다른 곳에서 온 신호랑 종종 혼선을 일으킴
2. 팔다리를 절단한 후에도 팔다리 통증의 신호인 것처럼 혼선이 일어나기도 한다.
3. 뇌에서는 이걸 잘라낸 팔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고 인식하는데, 이것이 환상통이다.
출처 : https://www.dogdrip.net/401108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