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배 3개월 찍먹하고 그만둠(후기)
어쩌다 보니 일을 그만두고
결혼도 기약없이 밀리고 해서
올 하반기에 시간이 너무 붕떠서
백수처럼 지내다가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요즘 돈 잘번다고 소문난 배달대행을 시작했음
대충 하루에 10만원만 벌어야지! 생각하고 나갔는데
사무실 가서 일 시작 해보니까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
나 같은 경우엔 아무 것도 없이 사무실에 몸뚱이만 들고 가서
일시켜주세요 라고 한 경우라서
렌트비랑 보험료랑 같이 해서 하루에 23000원은 고정으로 들어가고
유류비는 대충 하루에 8000에서 10000원 정도 쓰게 되더라
그 외 수리비나 소모품은 사무실에서 해줬음
결국 하루에 3만원 정도는 고정비로 빠지는 건데
그래도 사무실에서 콜이 많다고 하니까 괜찮겠지 생각하고 시작함
건당배송료는 여기는 지방광역시라 3300원이 기본배송인데
1.4km까지가 기본료 받고 그 이후 부터 100m당 100원인데
사무실 관할 넘어가는 동이면 추가 할증 붙음
여기서 수수료400원빠지고 고용보험 20원인가 뭐 그 정도 빠졌음
대충 건당 3000원 정도 잡고 10만원 벌려면 하루에 44건 정도 하면
고정지출 빼고 10만원 정도 벌 수 있었음
그럼 내가 44건을 할려면 한시간에 5개씩 8시간 9시간만 하면 되겠네?
생각 했는데 이게 막 시작한 딸린이에게는 어렵더라고
배달콜은 성수기라 끊기지는 않았는데 살던동네인데도 길을 모르겠음
그래서 하나찍고 길보고 하다 보니까 같은 동네 묶어서 갈 수 있는건
고수들에게 뺏기고 그러니 똥콜들만 한 시간에 2개 3개 정도 하다보니까
13시간 정도 쉬지않고 해야 간신히 10만원 정도 벌더라
그렇게 한 2주 정도 하니까 그래도 길이 익숙해지고 콜 받는 법도 익숙해져서
시간당 4개에서 5개 정도 배달을 하게 됨
암튼 그렇게 점점 적응하게 되긴 했지만
내가 딸배를 그만둔 이유는
너무 목숨 내놓고 일하는거 같아서 그만 두게 됨
일단 전업딸배들 중 에서 교통법규준수 하는 사람은 절대 없음
내가 처음 탈때 천천히 지킬거 지키고 한건씩만 해야지 하면서 했는데
그러면 이제 가게에서 전화오거나 아니면 한시간에 콜 2개 3개 정도 타는 거임
그럼 최저 시급도 못받으니까 무리해서라도 여러개 잡아야 되고
그렇게 되면 시간안에 가져다 주려고 신호를 째든 인도주행을 하든 법규위반을 해야함
그렇다고 건당 배송료 3000원씩 하던거 5000원씩 하면 시킬거임?
안시킬거잖아 나라도 안시킨다.
다른 아저씨들 나름 사무실에서 하루에 70건씩 배달 뛴다이런 사람들 보면
4개씩 묶어가는건 기본이고 이거 묶어 가려고 졸라큰 사거리 신호 째고
버스랑 트럭 사이로 지나가는거 보고 내 오금이 저리더라
나는 쫄보라 나름 지킬거 지키면서 했음 그 대신 늦는다고 전화는 좀 많이 받아봄
그리고 그만두게 된 두번째 이유는
이게 운전만한다고 몸은 안힘든 줄 알았는데
운전이 내가 잘한다고 사고 안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계속
긴장하면서 운전하고
또 날씨도 추워서 체력소모도 심해서
집에 들어오면 몇시간을 타든 졸라힘듬
상하차도 해보고 쿠팡도 해보고 노가다도 뛰어보고 해봤는데
그것들이랑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졸라힘듬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이 안됨
한겨울에는 사람들이 나가기가 싫은지 배달이 계속 있었는데
날 좀 풀리고 개학시즌 되니까 주문수가 반도 안되더라
점심시간이랑 저녁시간도 한 3분의1정도로 줄고
2시부터 5시까지는 거의 전멸하다시피해서 콜 낚아채는 경쟁도 엄청 치열함
이것 때문에 싸우는 아저씨들도 봄
그날 그날 콜 수에 따라서 하루 수입 편차가 너무 나니까
이제 못하겠더라
뭐 그 외에도 몇가지 이유는 더 있는데 그만두기로 마음먹음
사장이 더하라고 하는데 처음에 타기로한 3개월만 딱 타고
그만둠
1월부터 오늘까지 번 돈은 대충 계산해보니까 900조금 안되더라
어쨌거나 이렇게 번 돈으로 몇달 안남은 백수 생활 만끽해야겠다
3줄 요약
1. 딸배시작
2. 무섭고 돈도 시간에 비해 많이 버는 것도 아님
3. 그만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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